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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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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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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변호사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관련 벌금 통지서를 받을 경우 벌점이나 면허 정지를 막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한국에 돌아가면서 자기 앞으로 벌금이나 벌점을 돌리라고 하면서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개인도 있는가 하면 심지어 이런 불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을 하면서도 위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직(正直)’을 중요시 하는 호주 사회에서 이런 행동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고 심각한 범죄 중 하나입니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벌금 통지서를 받게 되었을 때 자신이 운전자가 아니었다면 동봉된 Statutory Declaration(법적 선서/진술서)를 작성하여 당시의 운전자를 지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차주는 자신의 차를 누가 사용했는지 알아둬야 할 의무가 있으며 Statutory Declaration에는 차량 사용자, 즉 당시 운전자의 이름과 주소만 기재하면 되므로 이러한 정보는 미리 파악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에 차량을 사용 • 운전했다고 지목 당한 사람(피지목인)이 직접 서명을 하거나 작성해야 할 서류는 따로 없습니다. Statutory Declaration을 관련 기관에 보내면 벌금 통지서는 다시 해당 피지목인에게 재발급 됩니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차를 빌려줘서 실제로 운전한 사람이 따로 있다면, 새로 지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악용하여 본인이 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지목하여 거짓으로 Statutory Declaration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Statutory Declaration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것은 교통법규 위반 수준이 아니고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즉 정식 재판에 회부되며 전과가 남게 될 수 있고 이후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말 그대로 심각한 범죄입니다. 벌금이나 벌점 정도의 처벌이 아니라 최대 10년까지의 징역에도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인 것입니다. 이러한 처벌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피고인으로서 재판을 받고 법원에 가야 하는 것 자체도 큰 스트레스이고 벌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이러한 재판이 열리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때론 피지목인이 사건 당시 호주에 있지도 않았거나 아예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인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당사자와 피지목인이 합의하여 문제 없이 벌금을 낸다면 당장은 거짓말이 발각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 벌금과 벌점으로 인해 추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금전적 대가를 받거나 서로 아는 사이라고,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음에도 거짓 지목에 동의하고 자신의 명의로 뒤집어 써 준다면, 이 역시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카메라에 찍혔거나 블랙박스에 영상이 남아 들통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불법인지 몰랐습니다”는 변명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서로 동의했으니 상관 없는 것 아닌가요?” 역시 절대 고려사항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위법 행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런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직접 맡았던 사건 중 상습적 벌금 떠넘기기와 관련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떤 한인 회사의 대표가 자신이 고용했던 한 직원에게 자신이 받았던 모든 벌금과 벌점을 돌렸던 사건입니다. 해당 직원은 처음에는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와서 곧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상황이 바뀌어 호주에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호주 운전 면허증으로 전환하려 했는데, 자기 이름 앞으로 수십 건의 교통위반이 기록되어 수천 불의 벌금이 부과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면허 자체가 취소되어 있는 상태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청년의 고용주였던 그 대표가 자신이 받은 모든 교통 위반 통지서의 Statutory Declaration의 운전자란에 해당 직원 이름을 적어 내며 벌금을 떠넘겨왔는데, 주소란에 회사 주소를 기재했기 때문에 그 청년은 아무런 통지도 받지도 못한 채 자기 이름으로 교통위반건들이 신고되어 처리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그 청년은 한 한인 변호사를 찾아갔는데, 그 변호사 또한 의뢰인에게 ‘기왕 이렇게 된 거 나와 우리 부모님의 벌점도 대신 받아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머나 먼 타국에서 이런 황당하고도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해야 그 변호사가 도와주려나 보다’하고 이에 동의하였는데, 결국 벌점과 벌금만 더 늘어났을 뿐, 몇 천 불의 수임료까지 챙긴 그 변호사는 제대로 된 조치를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 그 청년은 더욱 암담한 심경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해당 청년은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게 되어 직접 사건을 맡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전에 수임한 변호사와 회사 대표를 형사 고발하여 조사를 받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재판을 통해 모든 벌금이 부당하게 이 사람에게 부과된 것임을 밝혀 취소되게 하였고 변호사 비용까지 청구하여 전부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받았고 변호사 자격이 박탈되었으며, 그 회사 대표 또한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수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회사 대표는 이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벌금과 벌점을 돌려왔다고 합니다. 


악덕 회사 대표와 변호사를 처벌하고 억울한 직원의 누명을 풀 수 있었던 좋은 결과를 받아 다행이었지만 이런 사건들을 보면 정말 씁쓸하고 비참한 기분까지 들 때가 있습니다. 비양심적인 고용주에게 당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변호사를 찾아갔더니 변호사도 그 피해자에게 사기를 친,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런 일이 그리 드물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난 경우이지만, 알게 모르게 이렇게 당하기만 하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넘어간 사건들도 부지기수일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면책공고: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상기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문의: H & H Lawyers / Email: [email protected] / Telephone: +61 2 923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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