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평양, 금강산 여행 체험기 - 5편
5. 평양 시내 관광 10월 10일 오전
- 대동강, 모란봉과 을밀대
평양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식사 전에 안내원 동무와 함께 호텔 가까이에 있는 대동강 강둑을 따라 산책을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대동강에서 낚시를 하기도 하고 배드민턴을 치기도 한다. 대동강은 서울의 한강과 비슷한 폭을 가진 큰 강으로 평양을 가로질러 흘러간다. 그런데 흐르는 대동강 강물을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물이 탁하고 부유물이 많은것이 수질 상태가 상당히 오염된 듯 보인다. 옛 조선시대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을 팔아 먹었다는데 지금은 수질이 나빠 물을 마실 수 없을 뿐 아니라 낚은 물고기도 먹어선 안될 듯 싶다.
돌아오는 길에 나이들어 보이는 부부가 아홉 살 된 여자아이와 함께 산책하다가 내가 관광객으로 보였는지 나에게 Hello 해보라고 한다. 영어 공부를 좀 해서 영어로 대화를 시켜보고 싶어하는 듯 해서 아이에게 영어로 인사하고 몇가지 물어보니 꽤 영어를 잘한다. 궁금해서 어디에서 영어를 배웠느냐고 물어보니 런던에서 3년을 살면서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아마 부모가 외교관으로 영국에서 살다 온 것이 아닌가 짐작되었다. 아이와 부부의 사진을 기념으로 한장 찍고 작별인사를 한 후 호텔로 들어왔다.
아침식사를 위해 평양호텔 식당으로 가보니 무척 화려하고 큰 홀이다. 오늘은 특별히 쌍십절 국경일(조선로동당 창건기념일 10월10일)이라 호텔 입구와 식당 홀에 축하글씨를 부착해 놓아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식당홀의 준비된 자리에 앉으니 토스트 빵과 버터, 딸기쨈, 쌀죽, 셀러드, 요구르트와 오믈렛을 커피와 함께 가져다 준다. 푸짐하게 아침을 먹으면서 만족스런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큰 식당 홀에 손님이 몇 테이블 뿐이다. 홀 중간 테이블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아무도 제재를 하지 않는다. 놀라서 안내원에게 물으니 조선에선 식당이나 호텔방, 차집등에서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한다.
세계를 여행하며 알게 된 현상 중 하나가 식당이나, 숙박업소 같은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얼마나 자유롭게 피울 수 있는지, 흡연을 금지 하는지에 따라 후진국인지 선진국인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조선공화국은 이런 걸 볼 때 확실히 후진국에 속하는 것 같다.
아침 식사 후 북한에서의 첫 관광은 그 유명한 '한많은 대동강' 노래 가사에 나오는 대동강과 모란봉, 을밀대와 부벽루를 보는 것이다. 이번 여행시 꼭 가서 보고 영상으로 생생하게 찍어 오리라 다짐했던 곳들을 오늘 직접 간다니 기대감으로 가슴은 설레인다.
평양의 중심거리인 창전거리를 지나 모란봉으로 가는길에 보이는 평양 시민들의 바쁜 출근길 모습은 활기가 넘쳐보인다. 평양에만 있다는 무궤도 전차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정류장에 길게 줄 서 있기도 하고 종종 걸음으로 걸어가기도 한다.
거대한 한옥스타일의 건물이 보여 이름을 물으니 인민대학습당(도서관)이라고 한다. 또한 언덕위에 커다란 동상 두개가 서 있어서 어디냐고 물으니 만수대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동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절대 안되고 손가락을 다 펴서 우러러 보듯 가리켜야 한다고 한다. 또한 만수대를 갈 때면 옷을 정장으로 입고 가야한다.
모란봉 정상엔 대동강과 평양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을밀대가 자리잡고 있다. 을밀대란 이름은 옛날 고구려때 을밀선인이 이곳에서 도를 수행했다는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안내원과 을밀대로 가는 길을 걸어가면서 조선의 국화가 모란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란봉극장도 보았다.
을밀대로 가는 길에 칠성문이 있는데 이곳에서 모란봉에 답사 나온 듯한 중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들을 만났는데 내가 비디오 촬영하면서 인사하니까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면서 부끄러운 듯 웃는 얼굴들이 어릴적 고향 마을의 순진한 아이들 모습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순간 따뜻해져 왔다.
을밀대에 올라가니 대동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평양이 보이는데 어디서 함성소리가 들려와 아래를 내려다 보니 김일성경기장에서 10월 15일에 있을 남북 월드컵 예선 축구경기 응원연습 중이었다. 우리도 경기를 참관할 계획이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유엔 경제제재로 한국에서 중계료를 현금으로 줄 수 없다고해서 결국 무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져 우리도 경기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김동관 여행작가
/ 지난 10년 동안 세계 20여개국 및 호주 전국을 여행지며 페이스북을 통해 여행기를 연재 중. 1987년 호주 이민
/ 1994년 New England 대학교 졸업 현재 브리즈번 거주 (0433 184 020 / 카톡 id: qldkorean / 페이스북 : facebook.com/dongkwan.kim.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