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생생한 평양, 금강산 여행 체험기 -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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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금강산 가는 길 풍경과 원산 송도원식당 10월 11일 오전


오늘은 드디어 꿈에도 그린다는 금강산을 향해 출발하는 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 평양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싸서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2일 숙박비로 미화 150달러를 지불했는데 생각보다 저렴하다.


짐을 차에 싣고 8시30분에 출발했다. 평양에서 금강산까지는 330키로 정도 거리로 서울-광주 거리 정도인데 한국에서는 4 시간이면 갈 거리지만 도로 사정이 열악해서 7 시간이 걸린다. 평양의 아침 출근길은 부산하다. 단정하게 차려입고 꼿꼿이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들 어딘가를 향해 행진하는 것처럼 보이고, 대동강을 따라 난 뚝길엔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자전거를 타고 힘차게 달린다. 평양 시내 도로엔 차는 많지 않아 교통체증은 없지만 무궤도 전차와 버스들이 사람들을 가득 싣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거리 어디에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어슬렁 거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평양 시내를 빠져나와 원산을 향해 덜컹거리는 도로를 열심히 달린다. 고속도로일텐데 도로 포장 상태가 아주 좋지않다. 시멘트로 듬성듬성 포장했는데 군데군데가 파이고 틈이 벌어져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듯 차가 요동을 친다. 우리가 앉은 뒷좌석에는 안전벨트도 없어 손잡이를 꼭 붙들고 가지만 파인 도로를 지날 때마다 몸이 솟구치고 심하게 흔들린다. 도로에는 차선도, 제한속도 표시도 없고 대부분의 터널에는 전등도 없다. 중간 중간 파인 도로는 사람들이 장비도 없이 망치로 깨뜨려 시멘트를 채워넣어 도로를 땜방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들판에는 벼가 누렇게 익었고 사람들은 벼 수확으로 바쁘다. 낫으로 벼를 베어 논에 세워두고 또는 길가로 가져나와 볏단을 쌓아 놓았다. 사람들은 자전거에 물건을 싣고 달리고 볏단을 싣고 가는 소달구지도 종종 보인다. 70년대에 내가 살던 시골에서 보던 그 모습이다. 길가엔 코스모스가 피어있고 고장난 차량을 세워두고 수리하고 있는 낡은 트럭들도 즐비하다. 깜깜한 터널 속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을 지나칠땐 너무 위험해 보여 깜짝 놀라기도 한다. 들판에서 힘겹게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경제제재가 어서 풀려 한국의 장비들이 들어와 도로를 정비하여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


평양에서 금강산을 차로 여행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옛 시골에 대한 향수와 이곳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교차한다. 평양의 모습과 시골의 모습은 한국의 현대와 과거의 두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듯 하다.


원산 가는 길 중간에 신평휴계소에 잠깐 들렸다. 아름다운 강가에 자리잡은 작은 휴계소인데 70년대의 군내 휴계소를 연상케 한다. 주머니에 화장지를 준비하고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본 후 물을 한 바가지 붓는 위생실(화장실)이 추억을 소환한다. 매점에는 여러가지 음료와 과자류를 팔고 특별히 말린 고사리와 고비, 두룹, 도라지, 참나무 버섯등과 구기자를 판다. 평양보다 훨씬 저렴하여 구기자와 버섯과 나물을 여러 봉지씩 사서 한 가방 호주로 가져왔는데, 참나무 버섯이 특별히 향이 진하고 맛이 좋다는 아내의 후기다.


신평 휴계소를 출발해 조선시대에 마른 명태로 유명했던 살기좋다는 원산에 도착해 송도해수욕장이 있는 송도원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원산은 해안 도시로 해산물이 유명한 곳이고 도미탕이 맛있다고 해서 도미탕을 주문하고 가을이라 송이도 있다고 해서 송이와 김치 그리고 종합나물을 시켰다. 주인 아주머니는 아주 호탕한 사람인데 낙지(오징어)무침과 명란젓을 인사(서비스)라고 함께 준다.


먼저 맥주, 소주와 함께 종합나물(도라지, 고비, 두룹)과 송이 볶음, 김치, 오징어무침과 명란젓이 나와서 맥주 한잔에 반찬을 먹어보니 모두 아주 맛이좋다. 김치맛은 맵지도 짜지도 않고 잘 익어 아주 생큼하고 명란젓과 오징어 무침은 삼삼하고 나물은 아주 부드럽고 송이는 맛과 향이 예술이다. 그리고 메인요리 도미탕이 나왔는데 큰 도미 반토막이 들어있어 푸짐하고 정말 황홀하게 맛있는게 지금껏 먹어 본 생선탕 요리중 최고의 맛이다.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4명이서 하고 계산서를 보니 미화 48불이다. 비싼 송이와 맥주와 소주를 곁들인 4명의 풍성한 식사비론 얼마나 착한 가격인가! 평양 광천연풍식당의 가물치 샤브샤브에 이어 북한 맛집으로 원산의 송도원식당 도미탕이 내 리스트에 올랐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일단 원산 송도원식당에서 도미탕 한그릇 먹고 나서 금강산 구경하면 금강산이 더 아름답게 보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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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여행작가 

/ 지난 10년 동안 세계 20여개국 및 호주 전국을 여행지며 페이스북을 통해 여행기를 연재 중. 1987년 호주 이민 

/ 1994년 New England 대학교 졸업 현재 브리즈번 거주 (0433 184 020 / 카톡 id: qldkorean / 페이스북 : facebook.com/dongkwan.kim.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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