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일반적으로 구약성경을 크게 오경, 역사서, 시가서, 예언서로 구분합니다. 오경은 하나님과 이스라엘백성의 관계성이 생성되는 말씀이고, 역사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역사속에서 그 관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였고, 하나님은 어떠한 조치를 취하셨는가에 관한 기록이며, 예언서는 존재망각에 빠진 이스라엘을 꾸짖으시고 또한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그런데 시가서에 이르면 실제 한 신앙인으로써 매일같이 흔들리며 격는 마음의 갈등과 영혼의 연약함 가운데서 신음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마치 모세오경이 수학적 직선이라고 한다면, 시가서는 울퉁불퉁한 현실의 길같이 느껴집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운데 하나가 오늘 시편62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시인은 ‘하나님만을 고요히 기다림’(두미야)의 신앙을 노래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보고계시고, 어디나 계시고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으시다는 절대주권의 절대자이시지만, 이 시인은 ‘기다려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즉 하나님의 능력에 관해 ‘한두 번’의 말씀을 들었지만, 그것을 마음에 담고 그 말씀의 무게로 온 인생의 무게를 견디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그러며 동시에 바람에 흔들리며 떨고 있는 자신의 영혼에게 말합니다. “잠잠하라”
원수의 괴롭힘 앞에서 그는 분노보다 ‘잠잠함’을 찾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찾아 드는 재물의 풍성함 가운데서도 그는 ‘잠잠함’을 찾습니다. 돈이 방패가 아니라 하나님만이 방패라는 신앙 때문입니다. 이 시편가운데 저는 마치 고요히 그리고 담대히 그리고 외로이 기다림의 삶을 살아가는 한 영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땅에서 꼭 필요한 삶의 능력이 있다면, 두미야, ‘고요히 기다림’의 기술을 말하고 싶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다림 가운데 두시는 이유가 있습니다. 또 잠잠케 하시며 우리를 외롭게 하시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영혼이 그 어떤 것으로도 아닌 하나님만으로 채워야 할 몫이 있기 때문입니다. 눈길도 발길도 가지 않는 외딴곳에서 만난 수선화는 홀로이 자신을 채워가며 기다리는 세월을 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기다림의 세월을 잘 못 보내고 있는 내 자신을 누가볼까 늘 조마조마합니다.
골드코스트 비전장로교회
윤명훈 목사 0423 932 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