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레즈비언일 수 있을까?
호주인권위원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어
레즈비언 액션 그룹(The Lesbian Action Group, LAG)은 호주인권위원회(the 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 AHRC)로부터 차별 금지법 면제를 받지 못해 남성, 일반 여성,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예외 없이 행사를 개방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AHRC는 해당 그룹이 국제 레즈비언 데이를 기념하기 위한 "Lesbians Born Female"(출생 시 여성이었던 레즈비언을 가리키는 표현) 행사 개최를 금지했다.
AHRC는 ‘성(性)’이 남성과 여성에 한정되는 이분법이 아니며, 출생 시 생물학적으로 남성 또는 여성의 특징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 아니라고 말했다. 개인의 ‘성’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포함할 수 있을 만큼 ‘성’의 개념은 광범위하다고도 했다..
LGBTQ+(성소수자 및 성소수자 지지자)의 권리와 평등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단체인 이퀄리티 오스트레일리아(Equality Australia)의 애나 브라운(Anna Brown) 최고경영자(CEO)는 AHRC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브라운 CEO는 차별금지법 면제가 허용됐다면, 이미 소외되고 취약한 트랜스젠더들이 더욱 배제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AHRC의 이번 결정은 10년 전 개정된 성차별금지법에 근거한 것이다. 변경된 법에 따르면,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보호 대상에 포함되었고, 남성과 여성의 정의가 법에서 폐지되며, '반대성별' 이라는 단어가 '다른 성별'로 대체되었다.
반면, 차별금지법 면제를 신청한 LAG 대변인 캐롤 앤(Carole Ann)은 AHRC가 생물학적 사실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을 지적했다.
앤 대변인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수치심을 느낀다"며 "AHRC 결정은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난 레즈비언들에게 제한을 가하는 일이다. 성별에 따라 행사를 개최할 때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앤 대변인은 지난 화요일 빅토리아주 의회에서 무소속 주하원의원 모이라 디밍(Moira Deeming), 멜버른 대학교 홀리 로포드 스미스(Holly Lawford-Smith) 부교수 등과 함께 성별에 따른 권리를 지지했다.
두 달 전, AHRC는 두 달 전 Tickle v Giggle 사건을 법원에 제출하여, 성차별금지법에 따라 개인의 성별이 생물학적 제한이 아니라 성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차이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Tickle v Giggle 사건은 여성 전용 앱 'Giggle for Girls'의 관리자가 트랜스 여성인 록산 티클(Roxanne Tickle)을 앱 사용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사례이다.
이에 대해 LAG는 AHRC의 입장이 레즈비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40년 전에 도입된 이 법이 지향하는 방향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앤 대변인은 "AHRC은 자체적인 정의를 내리고 성별이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며 :그게 무슨 의미인가. 다른 성별이 무엇인가. 세 번째나 네 번째, 다섯 번째 성별이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10월 15일, 빅토리아 프라이드 센터에서 개최 될 예정이었던 국제 레즈비언 데이 행사 예약은 거부당했다. 레즈비언 액션 그룹은 이 사안을 호주 행정심판소(ATT)에 이의를 제기할지 검토하고 있다.
[출처 : 한호일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