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바비 약물’ 멜라노탄-II 온라인 판매

TGA, 인플루언서 홍보 행위 벌금 처벌 강력 경고
호주 매년 약 2500명 피부암 사망
40년간 흑색종(melanoma) 진단 3배 껑충

지난 11월 본다이 비치에서 2500명이 집단으로 누드촬영을 했는데 이날 모인 사람들은 피부암 정기 검진 촉진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2500명은 매년 피부암(skin cancers)으로 호주에서 숨지는 사람들의 숫자다. 

호주인에게 빈도가 높은 피부암은 흑색종(melanoma)으로 40년 전보다 흑색종 진단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졌다는 수치가 발표됐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가 악성화해 과증식하는 피부암으로 치명도가 높다. 검은 색소가 점차 짙어지면서 병변의 크기가 커지고 다른 부위로 전이될 수 있다. 피부암중에서도 흑색종은 전이율이 높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다. 

최근 흑색종을 포함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바비 약물 (Barbie drug)'에 대해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호주식약처 TGA(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는 지난달 틱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멜라노탄 II(Melanotan II)가 신체에 유해하다고 지적했다. 

태닝 제품들은 실제 자외선에 노출되는 방식으로 선탠을 할 경우 기미, 주름 및 기타 조기 피부 노화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체제로 사용한다. 

건강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멜라노탄II 태닝 제품이 더 큰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다는 것. 

TGA에 따르면 멜라노탄-I은 희귀 난치성 유전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처방약이지만 멜라노탄-II는 승인을 받지 못한 약물로서 안정성에 문제로 인해 수년전에 사용이 중단됐다. 

캐서린 아머(Katherine Armour) 피부과 전문의는 “사용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멜라노탄II 사용자에게서 흑색종이 발생하는 사례들이 이미 보고되고 있으며 메스꺼움, 구토, 식욕부진 및 복통 등의 부작용도 발생하는 보고가 있었다"며 온라인상에서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분별한 홍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비판하고 있다. 

전혀 안전성을 보증받은바 없지만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태닝 방법으로 제품을 불법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 

TGA는 소비자뿐 아니라 제품을 홍보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s) 등 제품을 무분별하게 홍보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TGA 처장인 존 스커릿(John Skerritt) 교수는 "관련 게시물에 대한 삭제 조치를 위해 소셜 미디어 회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많은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밖에 치료 제품에 대해서는 돈을 받고 후기를 적는 유료홍보 역시 금지시켰다. 

"인플루언서 같은 경우 대중적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벌금의 금액 보다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을 더 우려한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같은 경우는 인플루언서들이 홍보할 수 없다. 인플루언서가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특히 건강에 유해한 제품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스커릿 교수는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TGA가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규탄의 목소리도 높다. 

유명 자외선 차단제 브랜드를 설립한 사만다 브렛(Samantha Brett) 대표는 "자외선 차단제가 인플루언서 홍보 금지 품목에 포함된 것은 부당하다"고 비난했다. 

"선크림이 기타 불법제품들과 함께 분류되어 관리된다는 것은 우스꽝스럽고 모욕적인 행태다. TGA가 유명 인플루언서가 위험한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치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제품 분류와 선정에 대해서 더 세밀하고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소셜미디어의 사용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기 보다는 잘 활용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해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취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피부암에 걸리지 않도록 외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도록 권장하는 식 말이다"며 브렛 대표는 TGA 방침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법 규정이 기술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있다며 호주 정부의 발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