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축구장 난동’

17일 멜번 시티 vs 멜번 빅토리 경기 중단
흥분한 관중들 경기장 난입.. ’후폭풍’ 뒤따를 듯
멜번 시티 골키퍼•주심 부상당해

호주축구연맹(Football Australia)은 17일(토) 저녁 멜번 AAMI 파크에서 열린 호주프로축구 A-리그 멜번 시티와 멜번 빅토리팀의 멜번 더비(Melbourne Derby) 경기 도중 일어난 난동을 '호주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축구장 폭력'으로 규정하고 이번 사태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대가가 뒤따를 것임을 공언했다.

17일 저녁 두팀 사이의 경기가 시작된 후 20분 정도가 경과한 시점에 일부 멜번 빅토리 팬들이 경기장에 난입해 멜번 시티 골키퍼인 토마스 글로버(Thomas Glover)와 알렉스 킹(Alex King) 주심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애당초 양팀 응원단은 A리그 챔피언팀 결정전인 그랜드 파이널 경기를 시드니에서 개최하기로 한 호주 프로축구리그 결정에 대해 공동으로 연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빅토리 팬들이 투척한 폭죽이 멜번시티 팀 골네트를 손상시키면서 글로버가 폭죽을 집어 들어 빅토리 팬들을 향해 던졌고 이에 흥분한 팬들이 경기장에 난입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안면을 가격당한 글로버는 피를 흘리며 경기장을 떠났고 킹 주심 역시 흥분한 팬들의 공격으로 얼굴을 다쳤다. 경기를 중계하던 네트워크 10의 카메라맨 한 명도 공격을 받았다. 킹 주심은 축구연맹 관계자들과의 논의 후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호주축구연맹의 제임스 존슨(James Johnson)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가 시작될 것이며 난동 책임자들에 대해선 가능한 가장 엄중한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일부 빅토리팬들에 대해선 평생 축구장 출입금지 조치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멜번 빅토리 구단 역시 성명을 내고 "경기장에 난입해 상대편 골키퍼와 주심을 공격한 일부 팬들의 행동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며 "구단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이와 같은 조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빅토리아주 경찰은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호주 축구 레전드인 로비 슬레이터(Robbie Slater)도 "이번 사태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전한 호주 대표팀 사커루의 놀라운 성과를 모두 함께 축하해야 하는 시점에 일어났다"며 "호주 축구가 이번 사고의 후유증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슬레이터는 뒤이어 그 어떤 이유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호주프로리그 이사진이 그랜드 파이널 경기 개최권을 시드니로 매각하지만 않았어도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개최권 매각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논의 부재가 이번 사태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