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커피.. ‘멜번 매직’

지난해 10월1일 멜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쉽에서 호주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액슬 커피 로스터스(Axil Coffee Roasters)의 앤서니 더글라스 바리스타. (출처 AAP) 

호주의 커피 수도 멜번에서는 시드니나 브리즈번, 퍼스 등 호주의 다른 도시에는 없는,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모르지만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마치 암호처럼 통하는 '멜번 매직'이라는 커피 메뉴가 있다. 멜번에서 메뉴판에 '매직' 커피를 올려놓은 카페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카페에 가서 “멜번 매직"을 주문하면 알아들었다는듯 싱긋 웃거나 심지어 뜬금없는 윙크를 날리는 바리스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매직 커피의 정체는 소량의 마이크로폼 우유 스팀을 얹은 투샷의 '리스트레토(Ristretto)'이다. '리스트레토'는 '리스트릭티드 에스프레소(Restricted Espresso)'의 줄임말로서 강한 압력을 이용해 기존 용량의 2/3만을 추출하는 에스프레소이다. 에스프레소 원샷이 통상 30ml이므로 리스트레토는 20ml 내외이며 투샷의 리스트레토는 40ml가 된다.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 가벼운 과일의 산미가 초반부에 추출되고 후반부에는 강하고 쓴 맛이 나오는데 리스트레토는 후반부에서 추출을 멈추기 때문에 쓴 맛이 배재되고 소량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크레마가 많으면서 전반적으로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있는게 특징이다. 여기에 아주 적은 양의 마이크로폼 우유 스팀만이 들어가는데 처음 마실 때 텍스쳐는 플랫화이트와 비슷하지만 보통 6온즈컵에 제공되는 플랫화이트와 달리 매직 커피는 5온즈컵에 제공되고 그나마도 많은 바리스터들이 우유 스팀을 컵 상단의 3/4선까지만 부어주기때문에 플랫화이트보다 훨씬 더 고소하면서도 묵직한 커피의 향이 느껴진다. 

멜번 매직 커피 (출처: Australian Coffee Lovers 웹사이트)

여지껏 멜번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이 특별한 커피를 올해부터는 영국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139년 전통의 영국 대표 리테일러 기업인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가 올해부터 영국 내 330개 매장 내 M&S카페에서 멜번 매직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M&S카페의 톰 롤린슨 대표가 지난해 11월 멜번을 직접 방문해 매직 커피를 경험했고 지금까지 모두 1천명 이상의 바리스터들이 매직 커피 추출 방식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들어 등장한 멜번 매직 커피의 유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사우스 멜번의 유명한 세인트 알리(St Ali) 카페에서 비롯됐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핏츠로이 브런스윅 스트릿의 뉴타운 카페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조가 어디든 멜번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한번쯤 이 유니크한 멜번 커피를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