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스미스 판결로 아프간 전범 조사•피해자 보상 문제 대두

AFP “탈레반 집권으로 현지 조사 불가능”
탈레반 “호주 수사관, 아프간 입국 가능.. 보상금 대신 전달할 것”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호주군의 전쟁 범죄 관련 수사와 피해자 보상이 국제적인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호주 연방 법원은 영연방 군 최고훈장인 빅토리아십자훈장 수훈자인 아프가니스탄 파병 군인 벤 로버츠-스미스의 언론사 상대 명예훼손 소송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서 재판관인 앤소니 베상코 연방 판사는  3개 신문사(시드니모닝헤럴드, 디 에이지, 캔버라 타임즈)가 보도한 로버츠-스미스의 여러 아프간 민간인 및 포로 살인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이 판결로 완전 패소한 로버츠-스미스는 경우에 따라 전범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을 수 있다.

명예훼손 재판이 형사재판이 아닌 민사 소송이지만 호주 법원의 충격적인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아프간에서도 전범 조사와 피해자 배상 요구를 할 수 있다.

아프간을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은 “전쟁 범죄 수사가 목적이라면 호주 수사관의 아프가니스탄 입국을 허용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Jabihullah Mujahid) 탈레반 대변인은 “이슬람 에미리트(아프간 정부의 국호)가 수사기관들이 정직하게 범죄를 수사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들의 수사를 돕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SBS 인터뷰에서 무자히드 대변인은 호주 수사관이 아프간에 들어오려면 누가 조사를 받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여전히 신뢰가 없다”는 점을 짚었다.

호주의 특별수사국(OSI)과 호주연방경찰(AFP)은 아프간과 관련된 40여 건의 전쟁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있지만 탈레반의 집권으로 현지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2020년 브레레튼 보고서(Brereton report)는 호주 특수부대(SAS)가 아프간에서 39건의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2일 연방법원 판결으로 로버츠-스미스가 아프간에서 여러 명의 비무장 민간인이나 포로를 살해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사실일 수 있으며 전범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다시 불을 지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 판결을 ‘상징적’이라고 불렀지만, 그는 탈레반이 이 사건을 주시해왔으며 이 일은 “군사 1명 이상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레레튼 보고서는 호주 정부에 형사 책임이 있음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아프간 피해자에게 보상해줄 것을 권고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탈레반이 호주의 보상금을 아프간 피해자들의 손에 돌아가도록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는 호주군이 주둔했던 아프간 지역을 언급하며 “보상금을 지급하는 팀이 우르즈간주(Uruzgan Province)에 직접 갈 수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인권운동가인 아레조 조 사피(Arezo Zoe Safi) 변호사는 “무장단체 탈레반은 전혀 신뢰성이 없다”며 “돈에 굶주린 탈레반에 보상금을 주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사피 변호사는 “그들은 (피해자) 가족들의 위치를 알아낼 것이고 금전적 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그들을 찾아가 죽이고 박해하고 돈을 탈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보상 대신 호주 정부가 인도주의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 가족을  호주로 데려오는 길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탈레반은 전쟁 범죄와 반인륜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를 받고 있다. ICC는 여성, 전직 정부 관리,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살인, 실종, 학대 등의 혐의를 우선시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