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난민 여성 33% ‘가정 폭력’ 경험"
가해자 대다수 현재 또는 과거의 남성 파트너
호주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와 난민 여성은 3명 중 1명(33%) 비율로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임시 비자로 거주하는 여성은 더 높은 수준의 폭력과 학대를 겪었다.
모나쉬대 이민∙포용센터와 이주∙난민여성연합 '하모니얼라이언스(Harmony Alliance)'가 호주 전역 1400여 명의 이민자와 난민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6월 30일 발표된 이 연구는 이민자와 난민 여성의 거주 및 비자 상태를 조사하고 이민자 학대와 관련된 구체적 질문을 담은 첫 전국 조사로 알려졌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응답자의 91%는 학대자(가해자)로부터 상대방을 종속시키거나 의존하게 만든 행동 통제(controlling behaviours)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에 대한 폭력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행위를 경험했거나 목격한 응답자는 47%,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한 응답자는 42%였다.
피해 여성 대다수는 여러 형태의 폭력을 수차례에 걸쳐 당했다고 고백했다.
하모니얼라이언스의 나돌 누욘 대표 |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팬데믹이 가정폭력을 악화시킨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가정폭력을 겪은 응답자 17%는 지난해 3월 이후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고 답변했다. 23%는 가해자의 폭력 행위가 더 빈번해졌고, 15%는 더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가해자 대다수는 현재 남성 파트너 혹은 이전 남성 파트너였다. 하지만 가해자가 복수인 경우도 있다. 친가족(35%)과 배우자의 가족(23%)도 주요한 가해자 그룹에 포함된다.
불안정한 비자도 여성을 가정폭력의 대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됐다. 임시 비자 소지자의 40%가 이러한 폭력을 경험했다. 이 수치는 시민권자(32%), 영주권자(28%)보다 높다.
이민을 빌미로 한 행동 통제가 많았다. 임시 비자 소지자들은 추방이나 스폰서십 철회와 같은 위협을 받았다. 가해자들은 호주 여행을 금지하거나 다른 가족의 비자 접근을 막기도 했다.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의 52%는 타인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가정폭력 비경험 응답자에 비해 경찰 공권력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다.
하모니얼라이언스의 나돌 누욘(Nyadol Nyuon) 대표는 “호주가 인종차별을 용인하지 않고 여성이 안전함을 느끼고 비자에 따른 통제를 하지 않은 나라가 되기를 열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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