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명 호주 아동 일본에서 ‘합법적 납치’
일본 정부 외면.. 개선 의지 없어
인터폴 실종자 공지에도 무반응
호주 정부 “쉬쉬..” 문제 제기 안해
미국 475명, 프랑스 100명 이상 납치 확인
“82명의 호주 아동 일본에서 납치.. 합법적(legal)이다”
나인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시드니모닝헤럴드, 디 에이지(The Age)와 60분(60 Minutes)이 최근 보도한 뉴스의 제목이다.
호주인들과 결혼했다가 헤어진 일본인 전 배우자들 중 자녀를 일방적으로 일본으로 데려가(parental abduction) 호주 부모들이 자녀들과 연락을 취할 수 없이 여러해 지나면서 양국 정부에 긴급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82명의 호주 어린이들이 새벽 혹은 방과 후 일본 파트너에게 납치돼 더 이상 호주 부모를 볼 수 없게 됐다.
호주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인터폴 실종자 공지 (Interpol missing person notices)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자녀와 접촉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원 명령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20만 커플이 이혼하며 그중 3분의 1이 일본의 단독양육제도(sole custody system)에 따라 이혼한 한 쪽 부모와 접촉할 수 없다. 이에대해 비윤리적 제도라고 전세계에서 비난을 받고 있지만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당국은 100명 이상의 아이가 유괴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은 475명의 아동 유괴를 확인했다. 유엔, 프랑스 상원, 미국 하원 등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일본에 유괴된 아이들은 68명에서 지난 2년사이 82명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호주인 중 영어를 가르치거나 유학을 하기 위해 일본으로 이주하면서 일본인과 결혼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관계가 악화될 경우, 일본인들은 배우자에게 어떠한 통보없이 자녀를 데리고 가버려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
호주 남성 데이빗 플레밍(David Fleming)은 오사카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출근길에 아이들을 데려가겠다는 메시지를 전 배우자로부터 받은 후로 아이들을 만날 수 없었다.
1년 후 전 아내가 새로 만난 남성에게 세 자녀(리온, 유진, 앨런)가 입양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4년 이상 사진 한 장도 주지 않았고, 아이들의 성도 바뀌어 버렸다.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9살, 7살, 1살이었다. 지금 두자녀는 십대 초반이며 막내도 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마치 그들에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녀들의 납치는 계획 범죄였다. 전 아내는 모든 돈을 자신의 계좌로 옮겨 놨고 밖에 있을 때 몰래 자녀들을 데려갔다. 관계가 안좋아 지면서 이혼은 예상했지만 평생 자녀들을 못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다"며 플레밍은 자신의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일본은 호주인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고 찾는 여행지 중 하나이지만 플레밍과 같은 부모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인 전 배우자에 의해 잃어버린 자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호주 부모들 중 플레밍의 경우는 3세대에 속한다. 호주 정부가 일본인 배우자의 자녀 납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2004년 이후 이미 1, 2세대의 자녀의 경우 대부분 성인이 되었으며, 많은 경우 납치한 부모가 사망해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경우도 있다.
일부 부모들은 법원에 의해 자녀와의 면회 시간을 얻었지만 해당 명령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 단독 양육권을 가진 부모의 재량에 달렸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을 받았어도 거절하면 만날 수 없다.
일본 가족법 전문의 타카다 쿄코(Kyoko Takada) 교수(히로시마대학)는 "폭력적인 전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단독양육을 신청해 아이들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해당 법률은 남성 지배적 사회에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폭력적인 배우자로부터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지만 오히려 폭력적인 배우자를 보호하는데 사용되기도 하는 등 해당 제도에 대한 문제는 일본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오리(Saori)와 그의 아들은 남편에게 폭력적인 학대를 받았고 모든 방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며 심한 통제를 받기도 했다. 아들과 말도 하지 못하게 했고 전자기기 사용도 금지했다.
어느날 사오리가 직장에서 돌아오니 남편과 아들이 사라졌다. 변호사와 함께 아들이 남편에게 납치된 사실을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은 '가족 문제'라며 대응하지 않았다.
18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가정폭력을 당한 의료기록과 감시카메라 등의 증거를 법정에 제출했지만 지난 1월 양육권이 거부됐다. 법원에서는 이유에 대해 "아버지가 자녀와 이미 1년을 함께 지내면서 아들에 대한 주요 보호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지난 11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유아의 권리를 위해 양부모 모두를 만날 권리가 있어야 한다며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아 유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호주인 아버지인 스콧 맥킨타이어(Scott McIntyre)는 "일본 정부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마치 자녀의 유괴를 후원하고 있는 것 같다. 나와 같은 부모들이 전적으로 불리한 시스템"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2021년 1월 시드니모닝헤럴드, 디 에이지, 60분 기자들과 함께 도쿄 경찰서를 방문했을 때 경찰은 해당 사건은 경찰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4년간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코로나로부터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사고가 나진 않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며 처참한 심정을 밝혔다.
맥킨타이어는 이전에도 도쿄 경찰과 문제가 있었다. 2020년 자녀를 찾으러 아파트 건물 로비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침입죄가 성립돼 6주간 구금됐다.
"4년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단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을 뿐이다.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다른 호주 아이들에게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주호주 일본 대사관은 해당 시스템이 부모와 아이의 인권에 상당한 침해가 있다는 주장에 거부감을 표했다. 야마가미 싱고(Shingo Yamagami) 일본 대사는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일본은 이혼 후 공동 부모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혼 후 양부모간의 관계 조건이 충분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상호 관계를 맺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큰 혼란을 야기 할 수 있다"고 지난해 말한 바 있다.
랜디 캐바나(Randy Kavanagh)는 전부인에게서 딸 애나를 빼앗긴 후 일본 북서부에 위치한 타카사키에 화해센터(reconciliation centre)를 만들어 잃어버린 자녀들을 찾는 부모들을 돕고 있다. 53세인 그는 딸과 동갑인 아이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양육권 시스템 검토를 위한 공개 청문회 기간을 갖고 있다. 세계 20대 경제대국 중 양육권을 한 명의 부모에게 전적으로 부여하는 나라는 일본과 터키뿐이다.
지난 1월 호주군은 일본과 상호 접근 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수백명의 호주 군인이 일본 기지에 주둔하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일본과 주요 경제 및 군사적 파트너로서 긴밀한 외교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랜디 카바나를 비롯해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부모는 호주 정부의 외교 전략을 비난하고 나섰다.
"호주 어린이에 대한 인권침해가 명백한 나라와 군사 동맹을 가지는 것은 얼마나 부적절한 정책인지 호주 정부가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본에서 실종된 호주 어린이가 82명이다. 정부가 왜 이 일에 목소리를 높이고 대응하지 않는 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현 정부가 일본과 훌륭한 파트너이자 친구라고 말하며 긴밀한 외교 정책에 대해 말할 때마다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얼마나 비참한지 모른다"며 호소했다.
페니 웡 외교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이들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상처가 얼마나 큰지 헤아릴 수 없다며 가족들이 재회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계속 대화를 이어가며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피해자 부모들이 요청한 면담은 거절했다.
[출처 : 한호일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