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폭염, 웨스턴 시드니를 위협하다
다른 재해에 비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인식이 문제
올해도 호주는 매년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침묵의 살인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폭염으로 인해 매년 전국에서 약 1,1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폭염이 수백만 명의 호주인들을 끔찍한 운명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경고한다.
사람들이 여전히 폭염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실에 안주하며 행동하지 않아서다.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의 세바스찬 파우취(Sebastian Pfautsch) 부교수는 "폭염이 호주에서 다른 모든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침묵의 살인자라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2009년 2월 6일, 빅토리아주에서는 약 400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173명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법이 바뀌고, 수백만 달러가 모금되었으며, 피해를 입은 지역 사회에는 영구적인 상처가 남았다.
그러나 이 잊혀지지 않는 산불을 에워쌌던 여름 폭염 기간에는 374명이 초과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폭염의 영향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는 향후 수십 년 동안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폭염 기간 동안 '도시 열 흡수(urban heat sinks)’ 또는 '도시 열섬(urban heat islands)'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에서는 기온이 매우 높다.
웨스턴 시드니의 경우 폭염 기간 동안 온도계가 10도까지 더 높게 치솟을 수 있는 지역 중 하나이며, 50도가 넘는 기온도 이틀 동안 기록한 곳이다.
이는 내륙에 있어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해안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역적 이유가 부분적으로 있지만, 또한 콘크리트 건물이 많고 녹지가 적으며 나무가 부족한 현대적인 교외 지역의 디자인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주변 기온보다 표면이 40도나 더 뜨거워 질 수 있는 어두운 색상의 지붕 재료가 선호되었던 것 또한 한 원인이다.
호주연구소(Australia Institute)의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웨스턴 시드니는 2090년까지 연간 최대 46일의 폭염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역대 연간 폭염 평균 일수가 9일 미만인 것에 비하면 5배나 높은 것이다.
그러나 2030년까지 폭염 일수가 현재 비율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연간 16일, 2050년까지 최대 23일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 영향은 훨씬 더 빨리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폭염은 체온을 진정시키는 기능에 큰 영향을 미쳐 탈수와 열사병을 유발할 수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과 노인을 포함한 의료적 취약계층의 사람들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무더운 낮과 무더운 밤이 이어지면 신체가 진정되고 회복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호주연구소 연구는 지적했다.
도시 열 흡수나 도시 열섬 현상이 나타나는 곳은 웨스턴 시드니뿐만이 아니다.
멜버른의 인구 밀도가 높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서부 교외 지역은 평소에 비해 더 덥고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신속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브리즈번 도심의 밀턴(Milton)과 애들레이드의 서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방정부는 스콧 모리슨 정부가 의뢰했으나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던 심각한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당시 환경장관 타냐 플리버섹(Tanya Plibersek)은 이 보고서가 “충격적인 문서”라고 말하면서 호주 환경의 위기와 쇠퇴, 10년 동안의 정부의 무대응과 고의적인 무지(willful ignorance), 이로 인한 생태계, 사회, 웰빙 등에의 영향이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학 잡지인 랜싯(Lancet)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직접적인 건강 위험뿐만 아니라 식량 불안정, 영양실조, 전염병 및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김현산 기자([email protected])
[출처 : 한호일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