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심리 치료로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꾼다..?
크리스 민스 노동당대표 “집권하면 금지” 공약 발표
종교적 보수주의자 페로테트 주총리 “노 코멘트”
빅토리아•퀸즐랜드•ACT 이미 법제화, 서호주 준비 중
크리스 민스 NSW 야당대표는 “3월25일 주선거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면, 논란을 빚고 있는 동생애자 전환치료(gay conversion therapy)를 금지하겠다”라고 11일 발표했다.
‘전환치료’ 또는 ‘성적지향 전환치료’, ‘동성애 치료(gay cure)’로 불리는 이 치료법은 기도, 심리치료나 종교적 상담을 통해 개인의 성적 지향을 동성애나 양성애에서 이성애로 전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보수 성향의 크리스천 학계에서 이용하는 치료법인데 심리적 피해와 관련해 사이비과학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성적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치료를 받은 동성애자들 중 죄의식, 압박감, 자해 충동 등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다고 주장하면서 오래 전부터 NSW 주정부에게 전면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빅토리아, 퀸즐랜드, ACT 준주에서는 이미 금지됐고 서호주는 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다. 국내 최대 의료단체 중 하나인 호주의학협회(Australian Medical Association)도 지난 2021년 모든 주/준주에서 금지를 촉구했다.
기독교계 대표적인 압력단체인 크리스천스쿨즈오스트레일리아(CSA)와 호주크리스천로비(ACL)는 강압적인 전환 치료 행위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전면 금지는 상담전문가들이 기독교적 성윤리 해석을 지지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NSW 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보수 성향의 가톨릭 신자인 도미니크 페로테트 NSW 주총리는 아직까지 이 이슈에 대해 ‘노 코멘트(no comment)'를 유지하면서 금지 법안 상정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11일 “그린위치 무소속 의원으로 금지 법안(Conversion Practices Prohibition Bill 2023)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제안된 법안의 세부 내용과 장단점을 살펴볼 것이다. 관용과 존경심을 갖고 모든 사람들을 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지만 금지법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주총리의 이같은 ‘노 코멘트’는 보수 성향의 가톨릭 신자로서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신념을 지키는 것과 정치적 지지 기반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을 초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반면 민스 야당대표는 “성적 전환 의향이나 성적 지향성을 억압하는 것은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피해를 준다. 이 치료법은 어떤 의학 및 심리학 전문 단체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당이 집권하면 차기 의회에서 전환 치료 금지 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주총리와 차별화했다.
앞서 무소속인 알렉스 그린위치(Alex Greenwich) NSW 주의원은 다른 주나 준주처럼 NSW에서도 금지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3월 NSW 선거에서 여야 모두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그린위치 의원은 집권당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킹케이커 무소속(kingmaker independent)’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성적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은 “NSW 집권당인 연립 주정부가 시드니에서 열릴 성적소수자(LGBTQ) 축제인 ‘시드니 월드프라이드(Sydney WorldPride: 2월 18일~ 3월 5일)’를 지지하면서 금지 법안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성소수자들과 옹호자들은 전환치료를 단순히 금지하는 것이 아닌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린위치 의원은 “위험하고 피해를 주는 치료법을 NSW에서 허용할 여지가 없다. 특히 아동들에게 성적 지향성(sexual orientation) 또는 성별 인식(gender identity)에 대해 잘못됐다고 교육하거나 억압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드니 월드프라이드 축제가 열리는 올해는 성적소수자들이 우리들의 삶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총리에게 2월 18일 축제 이전 금지 법안을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정계를 은퇴할 예정인 브랫 해자드 (Brad Hazzard) 보건장관은 지난 2019년 빅토리아주 노동당 정부의 금지 법안을 지지한다는 의향을 밝혔다. 당시 그는 “향후 몇 년동안 이 결정을 지켜볼 것이다. NSW 연립 정부는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권리와 정신건강 보호 필요성에 대해 (빅토리아주와 함께)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리아주 의회는 오랜 논쟁을 거쳐 2021년 2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성적소수자단체인 호주 동등운동(Equality Australia)의 가샨 카시에(Ghassan Kassisieh) 법률 대변인은 “NSW가 다른 주와 준주에 비해 뒤처져 있다”면서 크리스 민스 NSW 야당 대표의 공약을 환영했다. 그는 “성적 전환 의향이나 성적 지향성을 억압하는 행위는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피해를 준다. 이 치료법은 어떤 의학 및 심리적 전문 단체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다”라고 비난했다.
[출처 : 한호일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