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자도 피곤한 ‘만성피로증후군’, 방치하면 심각한 질병으로
팔다리에 무거운 추를 달고, 모래밭에 빠져가는 느낌
아직 해결책 못 찾아, 연구와 교육 절실
만성피로증후군 (Myalgic Encephalomyelitis/Chronic Fatigue Syndrome) 커뮤니티에서 통용되는 문장이 있다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지만, 살아가는 게 더 힘들다.”
애들레이드에 거주하고 있는 디 수냐타 (Dee Sunyata)는 심각한 만성피로증후군(ME/CFS)를 겪고있다. 1분 이상 안전하게 서 있는 것이 불가능하며, 하루 22시간을 누워있거나 기대있는 자세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심리학자이자 변호사였던 그는 어떤 양의 수면도 해결할 수 없으며, “피로가 쌓이면 기분이 나빠지고 인간 존엄성을 상실시키는 비하감까지 느끼게 한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도 없고, 읽을 수도 없는 순간들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수타샤의 ME/CFS는 “끊임없는 절충의 삶”을 살게 했다. 심지어는 식사준비, 친구와의 대화, 옷 입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할 정도라고 말했다. 게다가 기립성 빈맥 증후군(POTS)도 함께 앓고 있는 그는 단순히 ‘피로’라는 단어로 자신의 증상들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피스 대학교 국립 신경면역학 및 신종 질병 센터의 소냐 마살 그라디스닉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ME/CFS 환자가 상당히 손상된 세포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느낌은 실제적으로 ‘배터리가 부족한 채로 매일 아침 깨어나는 느낌’, ‘팔다리에 무거운 추를 달고, 중력이 강한 힘으로 잡아당기는 느낌’이다.
그라디스닉 생명 과학 전공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과 같은 질환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와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몇시간 또는 하룻밤 사이에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는다. 신체 시스템의 장애이다.”
일상적인 피로와 ME/CFS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운동 후 불쾌감(post-exertional malaise,PEM)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을 겪은 환자들은 운동 후 블쾌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수록 증상이 악화되고, 더 아픈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며 수타샤는 이 불쾌감을 ‘퀵 샌드’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증상은 단순히 신체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작용을 한다.
의료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살 그라디스닉 교수는 ME/CFS 환자와 롱코비드 환자의 뇌는 건강한 사람의 뇌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또 ME/CFS 환자를 지원하는 Emerge Australia의 CEO인 앤 윌슨(Anne Wilson)은 환자들의 고통이 일상속에서 과소평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며, 둘째로 그들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마치 그 병을 꾸며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덧붙여, “만성피로증후군과 롱코비드 증상을 ‘살아있는 죽음’에 비유할 수 있다. 직장을 다니고, 공부를 하고, 아이를 양육하는 등의 삶을 지속할 수 없는 무능함때문이다.”고 말했다.
2022년, NSW 북부 해안 지역 소웰트(Sawtell)에 거주하는 조이 컷쳐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받았고, 더 이상 두 자녀를 공원에 데리고 가거나, 학교 행사에 함께 갈 수 없게 되었다.
초반에는 증상이 경미하여 의사와 논의한 끝에 이부프로펜을 복용하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피로감은 점차 악화되어 현재는 집에만 있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증상에 대하여 생물학적 관점, 발병원인, 남성보다 여성에게 발병률이 높은 점 등 아직 완전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알려진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페이싱’(일상 활동을 세심하게 계획하고 짧은 시간으로 나누고 휴식을 추가하여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 )이라는 자가 관리 전략을 활용하여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라디스닉 교수는 ME/CFS 치료를 위한 호주의 임상 지침은 20년 전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의 지침은 단계별 운동, 인지 행동 치료를 권장하지 않지만 호주는 권장하고 있다. 의료 관계자들을 이들을 위한 더 많은 연구와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형주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 한호일보-사회]